[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DL이앤씨 측의 입찰 서류 무단 촬영 논란과 관련해 강남구청이 유권해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청하면서다. 현대건설은 무단 촬영이 입찰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받은 반면, DL이앤씨는 공정성을 해칠 만큼 실질적 이득을 본 게 없다는 자문을 받아 같은 사안을 두고 갈등이 첨예하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최근 압구정5구역 재건축조합에 ‘유권해석 요청에 대한 중간 회신’ 공문을 보내 “현재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라며 “유권해석 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입찰서류 개봉 등의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압구정5구역은 지난 10일 입찰을 마감했으며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됐다. 그러나 이후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볼펜 형태 카메라로 입찰 서류를 무단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불거졌다. 조합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일단 DL이앤씨의 입찰 자격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최종 판단은 강남구청 유권해석을 받은 뒤 하기로 했다.
현재 양사는 같은 사안을 두고 상반된 법률 자문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은 법무법인 의견서를 토대로 이번 사안이 경쟁방법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중대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무단 촬영을 한 DL이앤씨 직원에 대해서도 고소했다.
현대건설은 앞서 입장문에서 “조합이 입찰서류 사진 촬영 금지를 재차 안내했음에도 경쟁사 관계자가 조합과 당사 몰래 도촬용 펜카메라로 입찰서류를 무단 촬영했다”며 “이로 인해 조합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DL이앤씨는 무단 촬영 자체는 유감이지만 입찰 자격 박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 자문 결과에 따르면, 촬영으로 실제 이득을 취했거나 이미 제출한 입찰 조건을 변경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입찰 조건이 조합원 공개 이전에 외부로 유출된 것도 아닌 만큼, 중대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회사도 자문을 받았다”면서도 “현재는 강남구청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압구정5구역 수주전의 향방은 강남구청 판단에 달리게 됐다. 유권해석이 나오면 조합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관련 규정에는 이번 사안처럼 세부적인 사례를 직접 규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은 입찰 무효 또는 시공자 선정 취소 사유를 시공사 선정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고, 금품·향응 제공이나 입찰 무효·취소 이력 등이 있는 경우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단 촬영 행위 자체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도 입찰서 개봉 절차와 홍보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번 사례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 기준은 담고 있지 않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현재 검토 중이며 조합에 조속히 회신할 예정”이라며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압구정5구역 입찰공고문에는 ‘관련 법규 위반 및 개별 홍보 등 입찰참여 규정을 위반한 업체는 입찰참여 자격이 박탈된다’고 명시돼 있다. 입찰 자격이 박탈될 경우 입찰보증금도 몰수될 수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납부한 입찰보증금은 각각 800억원(현금 400억원, 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압구정5구역은 한양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최고 68층, 139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3.3㎡당 공사비는 1240만원, 총공사비는 1조4960억원 규모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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