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이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것은 2025년 12월 10일. 4개월 전 일이다. 그새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최근 유고브(YouGov) 설문조사가 작은 단서를 제공한다. 응답자의 43%는 사회적 교류가 증가했고 38%는 부모-자녀 관계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3분의 2는 부모의 협조가 병행될 때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봤다. 이 정도면 희망적인 신호일까.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 조사는 부모를 대상으로 해 아이들의 실제 인식과 심리 변화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 게다가 VPN(가상사설망) 우회 등 편법으로 SNS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NS 과의존은 단숨에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상황은 한층 복잡하다. 당장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입장이 불분명하다. 김종철 위원장은 청소년 SNS 금지에 대해 “연령별로 단계적이고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그가 헌법 전문 법조인 출신임을 감안하면 일견 수긍이 간다. 개인의 행복 추구권은 헌법 체계의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단계적 조치’라는 수사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 의지가 결여된 탓이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소년의 SNS 사용 궤적과 인지 수행’ 연구다. 연구팀은 10세 아이들을 3년간 추적해 13세 시점에 인지 기능을 검사했다. 이를 위해 일 평균 SNS 사용 20분 이하(Ⓐ), 1시간 20분(Ⓑ), 3시간 이상(Ⓒ)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B와 C 그룹이 A 그룹에 비해 읽기, 어휘력, 종합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10세 전후부터 증가하는 SNS 사용이 인지 발달의 ‘골든타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간의 숱한 연구들도 SNS 과의존 문제를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첫째는 중독성이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 길들여진 뇌는 즉각적인 반응에만 집착하는 '팝콘 브레인' 상태에 빠진다. 이는 깊이 있는 사고와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다.
둘째는 편향성이다. SNS는 나와 닮은 의견만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사용자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가두고, 타인의 목소리를 배척하는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중독성이 학업 능력을 갉아먹는다면 편향성은 왜곡된 세계관을 고착시킨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할 때 그 결과는 더욱 치명적이다.
SNS 과의존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 현재 국회에는 7건의 청소년 SNS 규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의 골자는 크게 ‘알고리즘 제한’과 ‘이용 연령 제한’으로 수렴된다. 전자는 유해 콘텐츠의 반복 노출을 야기하는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후자는 만 14세 또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을 차단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물론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디지털 시민의 소양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하다. 리터러시는 과의존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깊어진 증상까지 치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규제와 리터러시는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SNS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합당한 규제와 적절한 리터러시. 이것이야말로 ‘SNS 과의존 사회’가 마주한 시급한 과제다.
/이정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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